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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이기적 본성과 사회 계약, 법치주의

우주를 유영하는 조그만 돌 2025. 5. 16. 14:01

한비자(韓非子)는 인간 행위의 주요 동기가 이기심이라는 전제하에, 유교의 인의(仁義)를 권장하는 것은 사실상 군주에게는 공자(孔子)의 수준을, 백성들에게는 공자의 제자 수준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평화로울 때는 유교의 인의를 장려할 수 있지만 국가가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는 강력한 법을 마련하여 악행을 처벌함으로써 국가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비자는 부국강병을 목표로 법치를 실현하는 것이 여러 나라들이 패권을 다투던 혼란기에 맞는 현실적 통치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한비자의 통치론이 구체화된 책이 [한비자]이다. 이 책에서 한비자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노자는 세계를 근원적으로 포괄하는 자연 질서이자 만물의 근원인 도()에 따라 사는 것을 바람직한 삶이라고 여기고, 군주는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한비자는 이러한 노자의 사상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통치론을 펼쳤다. 한비자는 누구나 부, 고귀함, 장수 등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빈곤, 비천함, 멸망 등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미혹함에 빠지지 말고 노자의 도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는 인간은 이타심도 가지고 있어 전적으로 사악한 존재는 아니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하였다. 이기적인 인간은 권력에 복종하고 처벌을 두려워하므로 군주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덕치를 버리고 다수의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비자는 군주의 처신과 국사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권고하였다. 그는 군주가 노자의 도 개념에 근거하여 자연적이면서 동시에 명시적인 법, 지위나 인맥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을 마련하고 이 법을 통해 악행을 처벌하고 비효율적인 국가 운영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군주는 큰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 징조를 알아차리고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군주는 신중해야 하고, 사소한 이익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탐욕에 빠져서도 안 되며, 음악이나 유흥에 탐닉해 정신을 잃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이와 관련된다.

 

@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성악설)이라고 전제한 뒤에 그것을 통제하고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보편적인 법치의 원리를 강조한다. 평화로울 때는 공자의 '유교(덕치)'가 유효하나,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나 특히 부국강병을 목표로 할 때는 강력한 법(처벌)이 더욱 효과적이다. 인간은 대체로 '권력에 복종하고 처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비자가 말한 군주의 도덕적 금욕적 처신은 예외로 하고,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국가의 통치를 강조하고 있는 대목에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떠오른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출간하며 사회 계약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홉스는 인간 행위의 모든 원천을 신의 의지와 속성으로부터 추론하는 종교와 단절하면서 인간 중심주의를 주장하였고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개인의 자발적인 운동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홉스는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로 태어나며, 자기 보존을 위한 이익 추구의 욕구, 자발적으로 자기 보존을 도모하는 자유 의지, 그리고 다양한 방법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안을 선택하는 합리적 행동의 근거인 이성이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은 항상 한정적이고, 인간은 자기 보존을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권리인 자연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간들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끝없는 갈등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홉스는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표현하며 자연 상태는 결과적으로 개인이 자기 보전을 장담할 수 없는 살벌한 전쟁 상태가 된다고 하였다. 홉스는 개인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개인 간의 갈등 상황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회 계약을 통해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하여 전쟁 상태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자연권의 양도가 자신에게 더 이로울 것이라는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 가능하며 개인은 계약을 통해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회 계약의 결과는 모든 구성원을 대표하는 인위적 인격인 국가가 형성되는 것으로, 계약의 주체인 개인들은 각자의 자연권을 결합하여 이를 인위적 인격에 양도하게 된다. 이 모든 권력을 양도받는 인위적 인격인 국가의 통치자를 주권자라고 하고 그가 가지는 절대 권력을 주권이라고 하였다. 홉스는 주권은 양도되거나 분리될 수 없으며 절대 군주에게 독점되는 권한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 T.홉스는 역시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므로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 대립의 상황을 상정한다. 이에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사회 계약'이 대두된다. 사회 계약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자유 의지'의 기초 위에서 성립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고 나면 자신의 '자연권'을 완전 양도 하게 됨으로 인해서 군주의 절대 권력 아래에 복종해야 한다. 여기서 자유 의지와 절대 복종이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계약'이라는 성립하는 순간에 자연권이 (개인의 자유의지로) 완전 양도되는 것이라는 점만 이해하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이는 결국 절대 권력을 가진 군주의 권위와 통치권을 그대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별 게 없는 것 같아도, 개인이 자신의 의지와 이성에 기초한 독립적 자율적 존재라는 전제를 상정했다는 점에서 근대적 인간관의 단초를 제공했다. 인간은 '자연권'과 같은, 절대적인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는 점과, 그것이 '계약'에 의해 양도됨으로써 군주의 절대 권력은 신이 아닌(왕권신수설), 개인들의 자연권의 총합으로서의 (인간 사이의) 계약에 의해 성립된 권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군주의 권력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자신들 스스로를 위해 부여한 것이라면 군주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해야 할지를 겸허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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